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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02 Francoise Sagan, "Aimez-vous Brahms..."

Francoise Sagan, "Aimez-vous Brahms..."

프랑수아즈 사강, 김남주 역,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2008.

그 이후에도 그녀는 다른 이들과 함께 혹은 다른 이들로 인해 행복감을 맛보았지만, 그렇게 전적으로, 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방식으로 행복했던 것은 그 순간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이를테면 지켜지지 않은 약속에 대한 기억과 비슷했다. (10)

그가 그녀에게 이런 사실을 고백한 것은 불과 얼마 전이었는데, 그 고백 자체가 그녀에게는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자신의 이해심과 애정으로 인해 그녀가 슬그머니 그의 상담자 역을 떠맡게 되었다는 사실에 점점 더 커져 가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바로 그녀의 삶이 아닌가. 그런데 그는 그 사실을 잊고 있었고, 그녀는 정말이지 존경받을 만한 신중함으로 그가 그 사실을 잊는 것을 돕고 있는 셈이었다. (15)

오늘밤도 혼자였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 역시 그녀에게는, 사람이 잔 흔적이 없는 침대 속에서, 오랜 병이라도 앓은 것처럼 무기력한 평온 속에서 보내야 하는 외로운 밤들의 긴 연속처럼 여겨졌다. 침대 속에서 그녀는 마치 누군가의 따뜻한 옆구리를 만질 수 있기라도 한 듯이 본능적으로 한쪽 팔을 뻗었고, 누군가의 잠을 깨우지 않으려는 듯이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남자든 아이든, 누구든 상관없었다. 그녀를 필요로 하는 이, 잠들고 깨는 데 그녀의 온기를 필요로 하는 이라면. 하지만 아무도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 그녀는 가만히, 가심 아프게 고독을 되씹었다. (17)

그녀는 두 눈을 감고 있는 로제를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그렇게 거대하고 그렇게 육중한 모습으로 소파에 누워서는 "당신 행복해?"라는 유치한 질문이나 던지다니. (32)

순간 그녀는 자기 방의 침대 맞은편 벽면을 떠올렸다. 커튼이 쳐 있고 유행 지난 탁자가 놓여 있고 왼쪽에 작은 옷장이 있는 그 벽을 그녀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바라보았고, 앞으로 십 년은 더 바라보리라. (44)

그녀와 차를 한 잔하기 위해 로제가 전화를 했는지도 몰랐다. 그랬다면 그녀는 그녀는 그 전화를 놓친 셈이었다. 로제는 토요일에 출발해 시골에서 주말을 보내자고 했었다. 그녀는 그 전까지 일을 다 끝낼 수 있을까? 로제가 아직도 그러고 싶어 할까? 혹시 그 말은, 그녀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는 순간, 그들의 사랑이 더 이상 벗어날 수 없을 만큼 중요하고 명백하게 여겨지는 순간, 사랑이, 그리고 밤이 그에게서 끌어낸 충동적인 약속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로제가 그녀의 집을 나서는 순간, 보도 위에서 그 자신이 어디에도 매이지 않은 존재라는 강한 자유의 냄새를 맡는 순간, 그녀는 또다시 그를 잃고 말리라. (46)

이제 그녀에게 주말을 없었다. [...] 친구와 점심을 먹을 수도 있었고 저녁에 누군가의 집으로 브리지 게임을 하러 갈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동시에 이틀 동안 혼자 있어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녀는 애인 없는 여자로서 보내야 하는 일요일이 몹시 싫었다. 가능한 한 늦은 시각까지 침대에서 책을 읽고, 사람들로 붐비는 영화관에 가고, 아마도 누군가와 함께 칵테일파티에 참석하거나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 마침내 집으로 돌아와 그 흐트러진 침대를, 아침 이후 정지해 있었던 듯한 그 느낌을 맞닥뜨려야 했다. 로제는 내일 전화하겠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50)

늘 그랬었다. 폴의 얼굴에는 안정되고 자족적인 무언가가 있었고, 그것이 상대에게서 요란한 수다를 끌어내곤 했다. (52)
=> 내 처치와 비슷한 듯...

그가 심심찮게 만나 온 시시한 창녀들과 차별되는, 자신을 기품 있고 존중받을 만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리고 싶었다. 그런 창녀들 중 하나가 되고 싶었다. [...] 그랬다. 그는 정직했다. 하지만 이렇게 뒤얽힌 삶 속에서 그런 정직성만으로는 누군가를 제대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없는 게 아닐까 하고 그녀는 자문했다. (75)

그동안 그는 폴이 낮에 때때로 내주는 몇 시간 동안 폴을 위해, 폴에 의해 살았다. 가능한 한 오래도록 그녀 곁에 머물려 애썼고, 지난날 그 자신이 그토록 조롱했던 소설 속의 주인공들처럼 조금이라도 더 그녀의 손을 쥐고 있으려 부심했다. (85)
=>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이 새록새록...

순간 그녀는 로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리라는 것, 자기 집까지 올라오지 않으리라는 것, 이 모든 것이 그가 기득권자로서 갖고 있는 것을 잃을까 봐 취한 조심스런 행동일 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92)

그녀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겨울의 단조로운 나날, 고독한 그녀 앞에 끝없이 펼쳐진 집과 상점 사이의 똑같은 길들, 로제 아닌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수치심과 더불어 수화기를 든 것을 후회하게 만드는, 지독히도 배신감을 느끼게 하는 전화, 그리고 영영 되찾을 길 없는 긴 여름에 대한 향수, 그 모든 것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무슨인가 일어나야 한다.'라는 절박감과 더불어 그녀를 무력하고 수동적으로 만들었다. (95)

지난 몇 주 동안 벌어진 여러 사건들의 장면 하나하나를 열 번, 스무 번 돌이켜 생각해 보았다. 그러자 장면 하나하나가 되살아났고,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 하나하나가 그를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 하지만 그러는 가운데 날이 갔고, 그는 그 시간을 모았다. 아니, 그는 삶을 잃어버렸다. (95)
=> 요즘 내 마음 같아...

그는 자기 어머니에 관해, 여행 취미에 관해, 미국에 관해, 러시아에 관해 몇 시간 동안 계속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그녀와의 수많은 공통점을 시시콜콜 편안하게 들려 주고 싶었다. 그녀를 깜짝 놀라게 한다거나 매혹시키고 싶다는 생각은 더 이상 들지 않았다. 그는 기분이 좋았고 자신에 대한 확신과 동시에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꼈다. 그녀를 제대로 껴안으려면 집으로 데려가야 했지만 그는 그녀를 안고 있는 팔을 차마 풀 수가 없었다. (99)

참다못해 그녀가 먼저 몸을 움직였을 때, 시몽은 신경을 곤두세운 채 두 눈을 감고 밤 동안 함께 했던 행복감이 너무 빨리 스러져 버리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며 숨을 참고 있었다. (104)

"하지만 로제, 난 당신을 사랑하는걸." 정말로 놀란 듯 메지가 반박했다.
"아! 그렇지 않아. 생각나는 대로 말하지 마."라고 소리치며 그는 거북함(그것이 사실이었으므로)과 안도감(이런 대화가 그들의 상황을 전형적인 것으로 만들어 주었고, 그로서는 성가신 사랑에 화를 내는 남자의 역할에 익숙했으므로)을 동시에 느꼈다. (119)

그가 전화를 끊었다. 어쨌든 그는 그녀에게 도움을 청한 셈인데, 그녀가 그것을 거절한 것이다. 그녀가 그에게 품었던 그 잘난 사랑이 고작 이거란 말인가!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옳았다는 것, 자신에게는 정당한 요구를 하고 그로 인해 괴로워할, 의무에 가까운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막연하게 느꼈다. (129)

그는 줄곧 꿈을 꾸고 있었다. 다만 그의 모든 꿈들은 폴을 향해 출발해서 요동치는 강들이 고요한 바다로 유입되듯이 폴에게로 귀착되었다. 매일 아침 같은 사무실로 출근하고, 매일 저녁 같은 아파트로 돌아와, 같은 사람 옆에서, 같은 욕망, 같은 걱정, 같은 고통에 매달려 지낸 지난 몇 개월만큼 자유롭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폴은 여전히 때때로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듯 했고, 그와 눈이 마주치면 시선을 돌렸고, 그의 열정적인 말에도 부드러운 미소만을 지었던 것이다. 로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폴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시몽은 때때로 자신이 힘들고 무용하고 승산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흐르는 시간이 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없애야 하는 것은 로제와의 추억이 아니라 폴 안에 있는 로제라는 그 무엇, 그녀가 집요하게 매달려 있는, 뽑아 버릴 수 없는 고통스러운 뿌리 같은 그것이었다. 이따금 그는,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게 된 이유, 줄곧 그녀를 사랑하는 이유가 고통을 감수하는 그 한결같은 태도 때문이 아닐까 자문했다. 하지만 그런 일보다는 "폴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 한 시간 뒤면 그녀를 품에 안을 수 있어."라고 중얼거리는 일이 더 잦았으므로, 그에게는 로제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폴이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그 자신인 것처럼, 모든 것이 단순하고 행복으로 빛나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136)

생전 처음으로 그녀는 자신이 불가피하게 상처 입히지 않을 수 없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데에서 오는 끔찍한 쾌감을 경험했다. (139)

그가 그녀의 집에서 만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녀가 그를 기다리는 편이 더 편했던 것이다. 그는 줄곧 손에 들고 있던 재떨이를 놓쳐 버렸다. 재떨이는 바닥에 나동그라졌지만 깨지지 않았다. 재떨이가 깨져 그를 이 무기력으로부터 끌어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사방으로 유리 조각이 튀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재떨이는 깨지지 않았다. 이런 경우, 깨진 유리 조각들이 반짝이는 것은 소설 속에서나 영화 속에서의 일일 뿐이었다. [...] 그녀의 아파트에서는 모든 게 그런 식이었다. 그는 그 아파트의 신이자 주인이었다. (144)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성적이고 지각 있는 일 같은 것은 요즘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146)

익숙한 그의 체취와 담배 냄새를 들이마시자 구원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울러 길을 잃은 기분도. (149)

그녀는 자신은 결코 느낄 수 없을 듯한 아름다운 고통, 아름다운 슬픔, 그토록 격렬한 슬픔을 느끼는 그가 부러웠다.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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