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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5/16 써니 - 유쾌한 서브텍스트 읽기
- 써니 - 유쾌한 서브텍스트 읽기
- aBouT X
- 2011/05/16 02:13
- 영화, 오랜만에추천할만한영화한편봤다고..
감독 : 강형철
출연 : 유호정 (나미 역), 심은경 (어린 나미 역), 진희경 (춘화 역), 강소라 (어린 춘화 역), 고수희 (장미 역), 김민영 (어린 장미 역), 홍진희 (진희 역), 박진주 (어린 진희 역), 이연경 (금옥 역), 남보라 (어린 금옥 역), 김보미 (어린 복희 역), 민효린 (어린 수지 역),
줄거리: 나미는 고등학생 딸을 둔 주부다. 나미는 병원에 입원한 친정엄마를 방문하던 중, 우연히 고등학교 시절 친했던 춘화를 만난다. 춘화는 암환자로, 이미 죽을 날이 머지 않았는데, 고등학교 때 함께 다니던 옛 친구들 "써니"를 다시 보고 싶어한다. "써니"에는 싸움짱이자 리더인 춘화를 비롯하여 외모, 특히나 상꺼풀에 목숨을 건 장미, 맛깔스러운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교수집 딸 진희, 꼭지가 돌면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문학소녀 금욕, 미스코리아를 꿈꾸는 미장원집 딸 복희, 빛나는 외모의 소유자이자 얼음공주인 수지, 그리고 전라도 벌교에서 전학을 온 나미, 이렇게 일곱명의 멤버가 있었다. 춘화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멤버들을 찾아나서는 나미는 옛 추억들을 회상하게 되는데....
※ 이하 영화를 보신 분들만 보세요.
줄거리까지는 영화 보실 분들에게 미리 정보를 드리는 차원에서 썼지만, 여기부터는 스포일 아닌 스포일이 있을뿐더러,
영화 안보시면 이해가 안될 수도 있어요^-^☆ (워낙 주절거려서;;)
줄거리까지는 영화 보실 분들에게 미리 정보를 드리는 차원에서 썼지만, 여기부터는 스포일 아닌 스포일이 있을뿐더러,
영화 안보시면 이해가 안될 수도 있어요^-^☆ (워낙 주절거려서;;)
우연히 주말에 해주는 영화프로그램에서 이런 영화가 개봉한다는 사실을 접했다. 개인적으로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유호정님께서 나오신다기에 궁금해졌고, 때마침 시간이 맞아떨어져 엄마와 함께 볼 수 있었다.
일단, 80년대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라면 정말 공감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와 엄마는 불행히도(?) 각각 2000년대 초반과 7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사복을 입고 학교를 간다는 것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이입이 안되는 것도 아니었다. 두시간 가량 신나게 웃고,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런 점에서는 정말 잘 만든 오락영화이다.
이 영화의 유머코드는 사실 굉장히 진부한 것들로 구성되어있다. 누가봐도 이건 웃음을 노리고 했구나-싶을 정도로 노골적이다. 사실 누가 작정하고 의도적으로 웃기려할 때 실제로 웃음이 나오기는 힘이 들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개콘에 나오는 분들, 정말 대단하다는.) 그러나 바로 그 점에서 이 영화가 영리하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웃긴다. 웃으라고 만든 부분에서 정말 웃음이 터져나온다. 그래서 기발하다. 진부한 유머로 관객을 웃기기. 잘 짜인 것 같았다.
울라고 만든 장면에서는 나만 울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감정 기복이 좀 많이 심하고 감정 표출이 잘 되어서...) 혹자는 울라고 집어넣은 장면들을 보면서 짜증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그래서 일단은 넘어가겠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바로 이 영화가 하나의 서브텍스트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80년대, 민주화운동, 학생운동, 불안한 사회 등등 당시에 우리 사회는 급변하고 있었다(고 나는 배웠는데..). 사람들이 무지하게 죽었고, (대)학생들의 운동이 무섭게 이루어질 때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그런 내용들이 가볍게, 부차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전경들과 학생들이 부딪치는 장면은 음악과 함께 "써니"와 "소녀시대" 패거리들이 맞짱을 뜨는 장면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그 순간, 당시의 암울했던 사회적 분위기, 수많은 희생자들과 폭력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존넨알레"를 보는 것 같았다. "존넨알레"는 동독의 청소년들에 대한 영화이다. 원작자인 브루시히가 몇년전 한국에 와서 강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던, 그래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자신은 동독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현실과는 전혀 다르게 묘사를 하고 싶었단다. "타인의 삶"에서와 같은 암울한 동독에 살고 있지만, 청소년들의 밝은 모습, 다른 서구권 국가에 사는 청소년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그런 모습들을 담고 싶어서 작품을 만들었는데, 즉, 자신은 허구라고 생각되는 이미지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는데, 실제로 동독에 살았던, 당시에 청소년기를 겪었던 사람들은 "존넨알레"를 읽으면서/보면서 (이 작품은 책으로 먼저 나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그래! 바로 이랬어!"라며 기뻐했다고 한다. 신기하지 않은가? 만든 사람은 "이건 가짜야."라는 심정이었는데 보는 사람은 "이거야, 이게 진짜 우리들의 이야기야!"라고 했다는 점이?
"써니"를 보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교과서에 배우는 80년대가 아닌, 분명 저런 부분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최루탄 날리고 눈물을 흘리고 마음이 찡하는 거대한 역사적 사명과 거시담론과는 전혀 다른 미시적인 세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영역 다툼을 하고, 미래 자신의 모습을 꿈꾸기도 하고, 첫사랑 오빠를 보며 설레이는 여고생들이 있었을 것이다. 어찌보면 사소한 것에 목을 매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평범한 학생의 모습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학생들은 역사적 담론에 휩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듯 싶기도 하다. 마치 그 시대를 살았으면 당연히 집회를 하고 운동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2000년대에 학교를 다닌 나와 70년대 학교를 다녔던 우리 어머니 세대와 똑같은 고민들과 생각들을 하는, 눈에 띠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난 좋았다.
또 하나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14명의 여배우들이 하나하나 머리에 각인된다는 것이다. 아니, 조연급 배우들까지 합치면 거의 20명에 달하는 여배우들이 기억난다. 솔직히 말해, 어느 정도의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는 미니는 영화 초반에 불안감에 두근두근거렸지만, 그런 불안감은 기우였다. 각 인물들의 개성이 지나침없이 뚜렷하여 구분을 짓는 데에 아무런 무리도 없었으며, 하나같이 사랑스러웠던 것이다.
[여기서 살짝 덧붙히자면, 난 이 영화를 보고 어린 춘화 역할을 맡은 강소라씨에게 완전 반해버렸다.]
마지막으로, 나미가 어린 나미와 함께 벤치에 앉아있는 장면과 관련하여 떠오른 노래 두곡만 추천하고 이 허접한 글을 마칠까한다:
Pink - Conversations with my 13 year old self, 김윤아 - Girl Talk.
두 곡 다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말을 거는 내용인데,
누구나 해봤음직한 일 아닌가?
어린 자신을 토닥이는 상상. "괜찮아. 나아질 꺼야."라고 어른인 내가 아이인 나에게 말하는 것.
어쨌든, 난, 이 영화 강추하네. A-
-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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