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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17 오늘의 테마 - 아는 사람의 블로그

오늘의 테마 - 아는 사람의 블로그


내일 수업 예습을 하다 말고, 점심 시간을 목전에 두고 이렇게 갑작스럽게 포스팅을 하게 될 줄이야.
일단 컴퓨터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고, 맘 놓고 웹서핑을 하는 날도 일주일에 한번,
그것도 이렇게 자료실 TA를 하고 있는 날 밖에 없으니, 월요일마다 글을 올리게 되는 것도 이상할 것 없겠지.

사실 여기 들어온 것도, 깽양이 블로그에 글을 써보고 싶다고 해서이다.
글을 써보겠다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지금까지 6년간의 연애생활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감내하고 있던 수많은 부조리함들을 이 세상에 터뜨리고 싶어서-정도?
그녀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상대방의 억압과 무관심함.
자신에게는 그 화살표가 향하지 않을 것이라고, 상대방의 전인류에 대한 무관심과 자기 중심적인 사고에서 자신만은 예외라고 철썩같이 믿었던 지난 나날들에 대한 배신감이 어젯밤 뭉치고 뭉쳐 한순간에 커다란 눈덩어리로 불어나는 것을 목격하였다.
지난 몇년동안, 너는 그 아이의 그러한 비합리적이고 고집불통이고 어떻게 보면 정말 폭력적이고 성차별적인 언사들을 간파하지 못하고 있냐는 말들을 우회적으로 던져보긴 했지만, 그 때마다 "난 예외야"라는 식의 반응을 수십번이고 수백번이고 경험했기 때문에 사실 나는 깽양을 포기하고 있었다(...고 지금에서야 소심하게 고백한다.)
기억력이 (비교적) 좋은 나에게 그 아이의 만행들과 어록을 작성해보라는 임무를 떠맡아버려인지,
지난 6년간 내가 들은 (따라서 빙산의 일각이라 추정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을 간략하게 정리만 해봐도 꽤 많다.
사건별로 정리하면: 2004년 크리스마스 선물 강요, 2005년 생일 (및 선물), 2006년 유럽여행사건, 2009년 외도 아닌 외도 등
군대에 있던 기간을 제외하고는 매년 사건이 있었다. 뭐- 이 것 말고도 명동 짧은 치마 여자 발언, 술자리 발언 등 겉으로 보기에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아이의 입에서는 거침 없이 성차별적 언행들이 쏟아져나왔지...
어쨌든 깽양은 스스로 이러한 일들을 잊지 않기 위해 하나씩 기록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티스토리 초대장을 주기로 했다. (참고로, 6장 남았다;;;)
그 초대장 보내려고 들어왔던 건데...(그 아이의 만행에 대해서는 더 자세한 언급을 피하기로 한다. 그걸 기록하는 것은 내 일이 아니라 결국 깽양의 숙제니까)



한때는 아는 사람들의 블로그에 들어가서 글을 자주 읽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별로...잘 들어가지 않는다. 예전만큼 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이 떨어졌다기 보다는, 아는 사람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드는 기분이 감당하기 힘들어서 이다.
주위에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주로 올리는 글들은 일기나 신변잡기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들, 일상의 어느 한 순간에 움츠러들고 있는 것들을 포착하고, 그에 대한 느낌 전반을 다루고 있는데, 난 그런 것들을 보기가 힘들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가 있는데,
하나는 사람들의 생각을 읽으면서 결국 그 사람에 대하여 내가 알 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 많고 그 사람과 나의 관계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멀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고, 둘은 스스로에게 느끼는 열등감때문이다.
전자의 경우, 예를 들어 내가 어느날 A와 대화를 나누고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가정해보자. 난 A와 함께 보낸 시간으로 인하여 A를 더 잘 알게 되었고, 우리의 관계가 더 돈독해졌다는 생각, 혹은 착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 날 A가 블로그에 글을 올렸는데, 나와 있을 때와는 아무 상관도 없고 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리라고는 짐작치도 못했던 내용이 담겨있으면, 난 그 시간에 대한 회의가 든다. 그리고 그 A와의 관계 또한 미궁으로 빠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싫다.
후자의 경우, 사람들이 포착하는 것들, 그들의 감수성이 무던히 드러나는 글들을 읽었을 때, 공감가지 않고, 그래서 난 결국 이것밖에 안되는 범인 중 범인이구나 라는 생각이 나를 매우 괴롭힌다. 이건 분명 자기과신에서 온 것에 틀림 없지만, 누군가와 본질적인 면에서 소통할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이 너무 고역스럽다. 자기과신이건 뭐건 간에 부정할 수 없는, 슬픈 현실이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의 글을 읽는 것이 무섭다. 두렵다. 싫다.
또 역으로 날 아는 사람들이 내 글을 읽는 것이 달갑지 않다.
다만, 나는 "너희들이 알지도 못하고 앞으로도 절대 알 수 없는 나만의 영역이 있어!"라고 어필하는 생각따위는 갖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이렇게 지금처럼 내 블로그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웃기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그래도 무섭다. 날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내 은밀한 생각들을 읽는 것과 날 아는 사람들이 그러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기에.
그런데 또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난 그런 '은밀한'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거니와, 누군가과 있을 때도 그때그때 드는 생각들을 그대로 표현하기 때문에 이렇게 숨기는 것의 의미 또한 없지 않을까.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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