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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19 오늘의 테마 - 부당한 일의 피해자에 대하여

오늘의 테마 - 부당한 일의 피해자에 대하여


스스로에게 덫을 놨던 것이다.
선/악의 구도따위는 케케묵은 것이라고,
불과 몇시간 전까지만해도 "악의 탈신화화"따위의 말을 거침없이 내뱉던 내 사고가 결국 선악의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깨닫는 순간이 왔다.
발단은 매우 사소한 것이었는데, 몇 해전 부터 부당하게 타인으로부터 오해를 사고 상처를 받은 후배가 있다. 송양.이라고하자.
송양이 연애에서도 상처를 받고, 인간관계에서도 상처를 받은 것을 너무나 잘알고 있었고,
그러한 일련의 과정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아이는 사람과의 관계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또한 상당히 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언저리에는 "이러한 부당한 일의 피해자니깐 당연히 이 아이는 착할꺼야"라는 말도 안되는 명제가 자리잡고 있었나보다.
어제,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밤에 갑자기 린에게서 전화가 왔다. 2008년 여름에 내게 했던 이야기,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던 그 이야기를 혹시 송양에게 한 적이 있냐고. 나를 의심했다기 보다는, 송양과 이야기의 당사자 간의 어떤 일이 있어서 내가 그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닥쳤던 적이 없다고 물어보려는 전화였다. 난 깽양에게도 이야기한 적 없을 정도로 그 일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었기에 린의 말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알고보니 그 일의 당사자가 송양에게 어렵게 그 이야기를 꺼냈는데, 송양이 이미 알고 있다는 반응을 보내서 상대방이 기분이 나빴고, 그런 일을 왜 떠벌리고 다니냐고 린에게 따졌던 것. 그래서 난 송양에게 바로 확인 전화를 했다.
그러나 그 아이의 계속 바뀌는 말들과 변명,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방이 힙겹게 비밀을 털어놓는 상황에서 "어. 알고 있어"라는 반응을 보이는 그 무신경함이 나를 너무나 혼란스럽게 했다.
For all I know, 송양은 린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하는 이 아이에 대한 신뢰가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난 계속해서 나 자신을 의심하며, 혹시 내가 어디서 말을 흘렸나...싶어 지난 2년간에 내가 누굴 만나 무엇을 이야기했는지 기억하려고 애를 썼지만, 그 이야기를 내 입으로 꺼낸 것은 그럴만한 사유가 있는 (이 사유에 있어서는 린도, 사건의 당사자도 납득을 했음) 아이 한명에게 밖에 안했고, 그 아이는 그 이야기가 스스로에게 "쪽팔리다"는 이유로 애써 기억속에서도 지웠던 아이니, 그녀로부터 이야기가 샜을리는 없다고 확신한다.
어쨌든, 송양.
그녀의 무신경함, 자신의 일에는 그렇게 예민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상처를 받았던 송양이 타인의 일에 대해서는 그렇게 무관심하게 이야기를 하다니. 실망이다.
예전에 그 아이를 몰아붙혔던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그 사람들이 잘했다-라던가 그 사람들에게 공감한다기 보다는 그냥 내가 너무 과도하게 흥분했구나-하며 미안해지기는 했다. 물론, 그 사람들, 아직까지 생각해도 유치하고, 이기적이고, 독단적이고, 말도 안되는 언사를 행했지만, 송양 역시 100% 순수한 피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달까나.
다시 한번 느낀다. 어떤 부당한 일을 경험해서 상처를 입은 피해자가 절대로 모든 일에 있어 그렇진 않다고.
자신의 일에 그렇게 민감한 감수성을 보이는 사람이 타인의 일에 있어서도 그러한 공감력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몇 가지 사건의 피해자가 모든 경우의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잘 기억해둬야 할 일이다.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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