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3 표절과 청소

서로 전혀 무관한 두 단어를 제목으로 설정한 이유는
오늘 하루를 압축하기에 가장 적합한 단어들이기 때문이다.

일단: 표절.
요즘 계속 조교로 일하던 수업의 기말서평을 첨삭하고 있다.
하루에 15~20개씩 평가하고 있는데...
어제까지는 그냥 읽으면서 코멘트를 달며 점수를 매겼다.
오늘은...이상하게...표절이 의심되는 글을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학부생이 플라톤의 "국가", "향연", "파이드로스" 등등 거의 모든 텍스트와 들뢰즈/가타리의 "천개의 고원"까지 섭렵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정말 직접 읽었다는 최소한 각주처리를 했어야할텐데, 각주 또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표절의혹을 뒷받침할만한 출처를 찾지 못했다.
괜히 똑똑한 학생을 의심해버리는 치졸한 조교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찝찝하던 찰나,
COPYLESS라는 표절검색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돌려봤더니, 한 책에서 일부분 베껴썼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내 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쾌감과 표절한 학생에 대한 배신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 다음 서평 역시 이상하다 싶어 프로그램에 돌려봤더니...더 가관이었다.
해피캠퍼스에 미리보기로 나온 단락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그렇다고 그 페이퍼 전체를 사서 제출한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냥 그 단락만 끼어 넣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서평의 절반 이상이 특정 학회지 논문 한편을 짜집기한 것에 불과했다.
괘씸하다. 

표절을 하는 이유에는 뭐가 있을까.
페이퍼를 쓰는 시간이 아까워서?
글을 쓰는 게 힘들어서?
뭘 써야할지 모르겠어서?
아무 생각이 없어서?
나 역시 학부시절 표절을 생각치 않았던 것은 아니다.
심지어 대학원 수업 기말레포트를 제출할 때에도 그냥 어디서 대충 배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표절하는 학생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이유는 단순하다. 레포트 주제에 대해 생각하기 싫고 글을 쓰는 시간이 아까운 것이다.
한장을 쓰더라도 글에 투자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시간뿐만 아니라 내 머리 속에서 계속 생각을 하고 구조화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그게 귀찮고, 싫고, 힘든 일이라는 건 십분 이해하겠는데...
4장짜리 서평을 쓰기 위해 생각하는 게 귀찮고 투자하는 시간이 아까우면
그냥 쓰지 않으면 될 것 아닌가.
그리고 학점으로 책임을 지면 되지.
생각은 하기 싫고, 글을 쓰기도 귀찮은 아이들이 꼼수를 부리며 학점 따기에 급급한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안좋다.  


표절하지 말자. 표절하지 마라.
원작자에 대한 윤리적, 도덕적 문제를 떠나서  나 자신에 대한 예의도 아니거니와 한심하기 그지없는 짓이다.
표절에 들이는 시간은 글을 직접 쓸 때의 시간보다 훨씬 덜 들겠지만,
그만큼 낭비하는 시간도 없다.
표절할 때는 시간이 안 들어갈 것 같나?
걸리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문장을 바꾸는 작업은, 그냥 쉬울 것 같나?
그딴 식으로 잔머리 쓸 시간에 차라리 자기만의 생각으로 글을 쓰는 게 훨씬 생산적이다.
제발, 표절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싶다.

두번째: 청소.
드.디.어. 방을 청소했다.
청소를 한지 거의 반년 가까이 된 것 같다.
쓰레기가 몇봉투나 나왔는지....생각만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난 그런 인간인가보다.
그때 그때 제깍제깍 물건을 정리하고 치우는 게 귀찮다.
몇년동안 고치려 해봐도 안되는 게 있나보다.
방의 상태에 비해 신기하게도 벌레는 단 한 번도 꼬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나도 좀 의아한데,
내 방보다 훨씬 깨끗한 친구의 방에서 심각하게 냄새가 나는 것도 경험해봤고, 계속 초파리가 날아다니는 것고 목격한지라...
방바닥에 쓰레기가 넘쳐나도 그 이상의 재앙이 닥쳐오지 않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게다가 오늘처럼 몇시간 고생해서 한방에 깔끔하게 치우는 것도 나름 재밌다. (나에게만 적용되는 말일지도..)
그동안 친구들이 놀러온다고 해도 방이 너무 더러워서 말렸는데,
이젠 다시 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쁘다.
물론, 아직 빨래를 못돌렸고, 냉장고 청소가 남긴했지만, 그래도 깨끗해진 내 방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아, 침대보도 갈아야지.)

그러나 청소의 정점은 바로 화장실이다.
난 화장실청소가 재밌다.
신나게 물을 뿌려대서일까, 아니면 더러워진 거울과 타일을 닦으며 깨끗해지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일까.
화장실청소를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핸드폰으로 음악을 틀어놓고 대야에 물을 받아 락스를 풀고 스폰지로 쓱싹쓱싹 세면대와 거울을 닦을 때면 팔이 떨어질 것처럼 아파도 즐겁다.
그리고 난 평소에 비위가 그렇게 센 편은 아닌데,
이상하게 변기를 닦는다거나 하수구를 뜯어 머리카락에 일체가 된 정체불명의 점액질을 건져내는 것 따위에 물러서지 않는다.
그냥 재밌고 신기할 따름?
무엇보다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이것들이 어차피 다 내 몸에서 나온 것이란 생각을 하면 그렇게 더럽게만 느껴지지 않는 건...
나만 그런 것인가?
하수구에 가득찬 머리카락들은 언젠가 내 머리에 붙어있는 것이었을테고, 정체불명의 점액질 역시 비누와 결합된 각질, 즉 한때는 나의 표피였던 것들일텐데, 내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고, 형태가 변했다고 손조차 대기 싫다는 건 내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내가 이 점에서 많이 이상한 걸 수도 있다.)
덕분에 하수구 한 번 막힌 적 없이 잘 살고 있으니 다행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 그리고 요즘들어 알게 된 것인데, 화장실청소용 세제보다는 설거지할 때 쓰는 주방용 세제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
일단, 화장실청소용 세제는 너무 독하다. 제아무리 사과향이니, 시트러스향이니 해도 독한 락스냄새를 경미하게 덮을 뿐, 코를 자극하고 두통을 유발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주방용 세제는 괜찮다.
게다가 욕실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식기와 다를 것이 없다. 그리고 주방용 세제는 기름기를 없애는데 탁월하다. 욕실을 더럽히는 주범이 바로 비누와 결합된 '때'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만한 세제가 없는 것이다.

간단하게 내 화장실 청소법을 적어보겠다.
일단, 민소매옷과 (최대한) 짧은 바지를 입는다. 
고무장갑을 낀다.
대야에 물을 담고 락스를 푼다.
스폰지에 물과 세제를 묻힌다.
스폰지로 닦는다.
물기가 부족하면 대야에 담긴 락스물로 보충한다. (그냥 한번 담갔다 뺀다.)
그런식으로 거울, 샤워기, 새면대, 벽 등등을 닦는다. 변기 윗부분도 닦는다.
그리고 변기솔에 세제를 묻힌다. (여기서는 화장실용 세제를 따로 써도 될 것 같다.)
변기의 바깥 부분을 닦는다.
그 다음, 변기 안에 락스물을 휘~ 둘러 붓는다.
닦는다.
개인적으로 화장실에서 가장 더러운 부분이 변기 안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가장 마지막으로 닦는다.
여기까지 했으면 샤워기로 닦은 곳들을 다 헹군다.
그럼 바닥에 물기가 흥건할 것이다.
바닥에 세제를 뿌린다. (많이 말고 조금만 뿌려도 된다.)
대야의 락스물을 변기솔에 뿌려 닦고 그냥 물로 헹군 후에 바닦을 닦는다.
하수구를 개봉하고 닦는다. 이 때는 칫솔에 세제를, 마치 치약 짜듯이 묻혀서 닦는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바닥에 물을 뿌리며 헹군다.
이 때 샤워기가 닿지 않는 부분은 대야의 락스물을 뿌리면 된다.
그럼 끝!

하아.
새벽에 일기를 쓰니 별소리를 다 하게 되는군.
어쨌든, 오늘의 교훈은 첫째 '표절하지 말자 '와 둘째 '청소를 하고 살자'다.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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