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8 여유로운 나날들 + 논문 후기

논문 발표가 끝나고 나니 모든 사람들이 말했듯이, 다시는 쳐다보고 싶지도 않다.
아니, 지금으로서는 쳐다보고 싶지 않다-가 맞겠다.
요즘은 그냥 뜨개질이나 하고, 첨삭을 하며 지내고 있다.
저녁은 학교에서 먹기 싫어 계속 나가고 있고.
오늘만 해도 ㅅㅈ언니 집에 놀러가 수다를 떨고 한시간정도 자고 왔다.
편안한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행복하다.


어제는 머리를 했다.
정신없이 붕~뜨는 머리를 하고 싶었는데, 내 머리카락이 가늘고 힘이 없어 그렇게는 안된다.
그건 좀 안타깝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 나오는 이서우작가처럼 하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렇게 포스있게는 안나온 것 같다.
 
참고사진: 




그리고 연극을 한편 봤다.
"버자이너 모노로그".
한국에서 공연한 지 10주년이라고 하더라.
사실 대학에 들어와서부터 계속 보고 싶던 공연이었다.
그런데 어찌 된게 기회도 없었고, 당시에는 연극에 투자할 돈이 없어 포기했었다.
그래서 어제 보러 갔을 때는 두근두근, 가슴이 설레였다.
게다가 (위 사진에도 찬조출연해주신) 김여진배우님께서 나오신다길래 나의 기대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공연평은 며칠이 지난 후에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연극이나 영화라는 게 보고 난 직후에는 아무 말을 할 수 없고
정말 중요하고 인상깊었던 건 며칠 후에나 수면 위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냥 한마디로 줄이자면: 살면서 한번쯤은 볼만한 연극. 특히 연인과 함께라면 강추.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게 오랜만인 것 같다.
논문때문에 시간이 없었다고 변명하고 싶지만 그건 반만 진실이기에 할 수 없다.
블로그에 글을 쓰지 못한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논문을 못 쓰던 이유과 같다.
글을 쓰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냥 내 생각을 적어내려가면 된다고 생각하기에는 '텍스트'를 생산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텍스트는 그 자체의 고유한 논리가 있다.
그 논리를 따라가야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타인에 전달될 수 있다.
난 그 훈련이 부족했/하고, 부족하기 때문에 두려웠다.
지금은 두렵지 않냐고?
지금은 잘 쓰고 있냐고?
둘 다 아니다.
그래도 논문을 쓰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글쓰기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는 빛을 보았다는 사실이다.
지도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석사논문이 앞으로 내 삶에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석사논문은 그런 긴 호흡의 글을 써보는 훈련이자 그 작가나 주제에 대해 정리를 해보는 수준에만 머물러도 된다.
사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 전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솔직히, 논문을 완전히 다 쓰고 나면 어디가서 그걸 썼다고 말하고 다니지 못할 것 같다.
그렇게 좋은 주제도 아니고, 특별한 테제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오해하진 말길, 내 논문에 애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썼던 것들 중에 가장 정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급을 꺼리게 될 것 같은 예감은 바로 내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된다는 자괴감에서 비롯된 것이랴.

어찌되었건, 기쁘다.
글을 쓴다는 게 이제 더이상 그렇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아서.
조금이나마 컴플렉스를 극복하게 되어서.

앞으로는 블로그에 글을 좀 더 써볼까 한다.
시간도 생기고, 마음에 여유도 생겼는데 뭘.

- 미니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0 Comment 0